내 아이의 직업
기타 2009/08/05 13:18내 아내는 지금 임신 중이다.
내 아내가 임신하기 훨씬 전부터, 아니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나는 내 미래의 아이가 (만약 생긴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 지 생각해 왔다.
내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을 자신의 직업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런 너무나도 당연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 같다) 이야기를 여기서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만약 내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이 청소부이면, 버스기사면 어떨까. (청소부나 버스기사라는 직업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직업을 폄하하기에 이러한 예를 든 것이다. 나는 이런 직업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을 업신여긴다, 라고 하고 싶으나 이런 사람들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 라는 표현/생각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
많은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청소부가 되는 것, 버스기사가 되는 것이라고 하면 속상해 할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의사, 변호사, 교수, 아니면 돈을 무지 많이 버는 사업가 같은 것이 자기 자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길 바랄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것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꿈을 이루는 것을 "성공"이라고 여길 것이다.
나도 물론 내 자식이 의사나 판사가 되고 싶다고 하면 기쁘고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식이 청소부나 버스기사가 되고싶다고 해도 똑같이 기쁘고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의사나 판사가 된다고 하는 것보다 청소부나 버스기사가 되고싶다고 하면 더 기쁘고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엄마, 아빠, 장인어른, 장모님은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말이 씨가 된다'며 나를 나무라실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런 내 말이 정말 씨가 됐으면 좋겠다.
나는 내 자식이 버스기사나 청소부가 되어 진정으로 행복하다면 그런 자식을 보며 정말 행복하고 자랑스러울 것 같다.
이런 나의 생각과 너무 잘 통하는 글을 발견하여 오늘은 참 기쁜 날이다.
김규항님이 한겨레 신문에 쓴 20:9980이란 글인데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읽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